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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좋은 상식/방수 생활상식

시들하던 태양광 재테크 열풍 다시 부나

경기도 파주에 4층짜리 오피스텔을 지은 A씨(55)는 최근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올렸다. 185㎡(약 56평) 넓이에 발전용량은 30㎾ 규모. 설치비용 1억원은 갖고 있던 여유자금으로 해결했다. A씨는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 값으로 매월 37만8000원씩 수입을 챙기고 있다. 1억원을 투자해 연간 4.5%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 A씨는 "은행에 1억원을 예금해도 연 3~4% 정도에 불과한데 이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내년에 태양광 발전 공급자로 낙찰받게 되면 12년간 연 1600만원대 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태양광 재테크'가 입소문을 타며 확산되고 있다.

최근 태양광발전소 설치비용이 대폭 낮아진 데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보조금 제도를 활용하는 신종 재테크다. 특히 지방에 빌딩을 갖고 있는 자산가들이 적극적이다. 논ㆍ밭이나 목장 등 임야에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으면 발전 용량의 70%밖에 인정받지 못하지만 건물 옥상에 설치하면 최대 150% 가격으로 전기를 팔 수 있다.

최근 LG 한화 등 대기업들이 방치돼 있던 지방 공장 옥상을 잇달아 태양광발전소로 바꾸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공장은 임대수입을 얻고 최근 실적 부진 몸살을 앓고 있는 태양광 계열사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전기를 판매해서 버는 매전 수입까지 생기는 1석3조 효과다. 중소 태양광 업체들은 불황 타개책으로 전국 자산가들을 찾아다니며 태양광 시공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연 450만원대 A씨 수입이 어떻게 내년에는 1600만원대로 3.5배나 늘어날 수 있을까. 해답은 단순 매전사업자와 낙찰된 매전사업자 차이에 있다. 현재 한전이 사주는 전기값은 ㎾당 120원 정도. A씨 월발전량은 하루 일조량 3.5시간 기준으로 3150㎾(30㎾×3.5시간×30일)다. ㎾당 120원씩 매전하면 월수입은 37만8000원이다.

A씨는 내년부터 도입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RPS란 발전회사가 연간 전력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발전회사들은 자체 발전을 통하든, 다른 사업자로부터 구매를 하든 이 비율을 맞춰야 한다. 비율을 못 맞추면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매전사업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입찰을 통해 결정한다. 낙찰이 되면 ㎾당 120원 하던 매전 가격이 대폭 올라간다. 구조는 이렇다. 낙찰 사업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받게 된다. REC는 월 1000㎾당 1장씩인데, A씨는 월발전량이 3150㎾이므로 매월 3장의 REC를 받게 된다. 이 증서를 13개 발전회사에 팔 수 있다. 현재 REC 1장 가격은 약 22만원. A씨는 건물 태양광발전이라 1.5배 가중치를 인정받는다. 기존 한전에 대한 매전 가격 월 37만8000원에다 REC 판매금 월 99만원을 합해 A씨의 연간 태양광사업 소득은 1642만원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이 계약은 향후 12년간 적용한다. 12년 계약 기간이 끝나도 단순 사업자로 매전을 할 수 있다.

입찰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내년 사업자를 뽑는 올해 입찰 경쟁률은 3대1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락하면 현물시장을 기대해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내년 2월부터 월 1회 REC를 판매할 수 있는 현물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다만 현물시장 판매는 장기 공급계약이 보장되지 않는다. 판매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구매자가 없으면 판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년간 공급계약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 재테크를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다. 한 태양광 설비업체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라는 점을 활용해 발전사업자 등록을 미성년 자식 명의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렇게 하면 세금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태양광발전 전문가는 "태양광 재테크는 초기 설치비 부담이 과중하기 때문에 자기 빌딩에다 여유자금이 있는 자산가라면 몰라도 임차하거나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